
톰 하디 주연의 마블 영화 《베놈: 렛 데어 비 카니지》 리뷰. 단순한 히어로 액션을 넘어 외로움과 공생, 인간 내면의 분노를 그려낸 작품. 카니지의 광기와 베놈의 관계를 감정선 중심으로 깊이 있게 분석합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가끔 그런 순간이 있습니다.
분명 액션 영화인데, 이상하게 사람 감정이 더 오래 남는 영화.
《베놈: 렛 데어 비 카니지(Venom: Let There Be Carnage)》가 그랬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시끄럽고 정신없는 마블 스타일의 블록버스터라고 생각했습니다. 거대한 괴물들이 싸우고, 도시가 부서지고, CGI가 화면을 뒤덮는 영화. 실제로도 영화는 굉장히 빠르게 흘러갑니다. 숨 돌릴 틈 없이 장면이 이어지고, 베놈 특유의 유머는 계속해서 분위기를 흔듭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는 액션보다 “관계”가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
서로를 견디는 것.
그리고 자기 안의 괴물과 공존하는 것.
생각해보면 이 영화는 단순히 베놈과 카니지의 싸움이 아닙니다. 오히려 외로운 존재들이 서로를 어떻게 망가뜨리고, 또 어떻게 붙잡는가에 가까운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특히 에디 브록과 베놈의 관계를 보다 보면 묘하게 현실적인 순간들이 있습니다. 계속 싸우고, 짜증 내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결국 완전히 떠나지는 못하는 관계. 어쩌면 그래서 이 영화가 단순한 히어로물이 아니라 조금 더 인간적으로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둡고 혼란스러운 도시 안의 외로운 존재들
《베놈: 렛 데어 비 카니지》는 2018년 개봉했던 《베놈》의 후속작입니다. 감독은 앤디 서키스. 배우로 더 익숙한 이름이지만, 그는 《모글리》 같은 작품에서도 독특한 분위기의 연출을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이번 영화에서도 그런 감각이 꽤 강하게 드러납니다.
영화의 배경은 다시 샌프란시스코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밝고 자유로운 도시의 이미지와는 조금 다릅니다.
이 영화 속 샌프란시스코는 계속 어둡고 축축합니다.
밤 장면이 유독 많고, 골목은 지저분하며, 화면에는 붉은색과 검은색이 자주 섞여 나옵니다. 도시 전체가 불안정한 감정을 품고 있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특히 영화는 “공생체”라는 존재를 단순한 외계 생명체로 다루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간의 감정과 욕망을 증폭시키는 장치처럼 활용합니다.
베놈은 에디 브록 안에 들어와 있지만, 동시에 에디가 숨기고 있던 충동과 감정을 끌어올립니다. 반대로 카니지는 클레터스 캐서디의 폭력성과 증오를 극단적으로 확대시킵니다.
그래서 영화 속 괴물들은 단순한 괴물이 아닙니다.
인간 안에 이미 존재하던 무언가가 형태를 얻은 느낌에 가깝습니다.
보다 보면 묘하게 현실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사람도 때때로 자기 안의 분노를 키우다가 결국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순간이 있으니까요. 영화는 그런 감정을 아주 과장된 방식으로 시각화합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건 영화의 분위기입니다.
대부분의 마블 영화들이 유쾌함과 영웅성을 강조한다면, 《베놈》 시리즈는 조금 더 기괴하고 불안합니다.
유머도 있는데 묘하게 어둡습니다.
웃긴 장면인데도 어딘가 이상합니다.
특히 베놈이 에디와 투닥거리는 장면들은 거의 오래된 연인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극장 안에서도 그 장면들에서는 웃음이 나왔지만, 동시에 조금 피곤한 현실 관계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마 이 시리즈가 계속 사랑받는 이유도 거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완벽한 영웅이 아니라, 불안정하고 삐걱거리는 존재들이 중심에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서로를 견디는 이야기
이번 영화의 중심에는 두 관계가 있습니다.
에디와 베놈.
그리고 클레터스와 카니지.
겉으로 보면 둘은 완전히 다릅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꽤 닮아 있습니다. 둘 다 세상에 제대로 섞이지 못한 존재들이고, 자기 안의 폭력성과 외로움을 안고 살아갑니다.
에디 브록은 여전히 삶이 엉망입니다.
기자로서의 커리어도 흔들리고 있고, 인간관계 역시 안정적이지 않습니다. 거기에 머릿속에서는 계속 베놈이 떠들어댑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에디가 점점 지쳐가는 게 느껴집니다.
베놈은 자유롭고 싶어 하고, 에디는 평범하게 살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서로 없이는 제대로 존재하지 못합니다. 이 설정이 단순한 코미디처럼 보이지만 생각보다 묘하게 현실적입니다.
서로 너무 다르지만 결국 의지하게 되는 관계.
어쩌면 가족이나 오래된 인간관계도 비슷할 때가 있습니다.
계속 부딪히는데도 완전히 끊어내지 못하는 관계.
반면 클레터스 캐서디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고립된 인물입니다.
우디 해럴슨이 연기한 이 캐릭터는 처음 등장할 때부터 불안합니다.
눈빛이 계속 흔들리고, 웃는 방식도 어딘가 비어 있습니다.
그는 단순한 악당이라기보다 세상 전체에 대한 분노를 품고 살아가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카니지를 만나면서 그 감정은 완전히 폭발합니다.
특히 영화 중반 이후 카니지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분위기가 급격하게 무거워집니다. 붉은 심비오트가 도시를 뒤덮는 장면들은 거의 재난 영화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저는 액션보다 감정 장면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
교도소 장면에서 클레터스가 보여주는 외로움.
그리고 에디와 베놈이 서로 등을 돌리는 순간의 공허함.
그 장면들은 단순한 히어로 영화 이상의 감정을 남깁니다.
보다 보면 결국 이 영화는 “누가 더 강한가”보다 “누가 자기 안의 파괴를 견디는가”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괴물보다 인간이 더 불안하다
톰 하디는 이번 영화에서도 거의 혼자 두 역할을 동시에 끌고 갑니다.
에디 브록은 현실적이고 피곤한 인간입니다.
반면 베놈은 충동적이고 감정적입니다.
흥미로운 건 둘이 계속 싸우는데도 점점 서로를 닮아간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베놈이 단순히 기생 생명체처럼 보였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거의 감정이 있는 존재처럼 묘사됩니다. 질투도 하고, 삐치기도 하고, 인정받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
생각해보면 베놈은 굉장히 인간적인 캐릭터입니다.
오히려 에디보다 더 솔직합니다.
자기 욕망을 숨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둘의 대화 장면이 계속 기억에 남습니다.
액션보다 그런 순간들이 더 영화답게 느껴졌습니다.
반대로 카니지는 굉장히 위험한 방식으로 인간적입니다.
클레터스 캐서디는 사랑받지 못한 사람입니다.
세상에게 버려졌다고 느끼는 사람.
문제는 그런 결핍이 폭력과 연결됐다는 점입니다.
영화는 그를 완전히 이해시키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왜 그렇게 망가졌는지는 계속 보여줍니다. 그래서 더 불편합니다.
실제로 현실에서도 가장 위험한 사람은 자기 분노를 정당화하기 시작한 사람일 때가 많습니다.
카니지는 바로 그런 감정의 극단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인상적인 건 슈리크라는 캐릭터입니다.
그녀 역시 세상에서 밀려난 존재입니다.
클레터스와 슈리크의 관계는 정상적이지 않습니다.
위험하고 불안정합니다.
그런데도 서로를 유일하게 이해한다고 믿습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사랑이라는 감정도 때로는 사람을 구하기보다 더 깊게 망가뜨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의 인물들은 대부분 외롭습니다.
그리고 그 외로움이 괴물을 만들어냅니다.
인간은 자기 안의 괴물과 어떻게 살아가는가
《베놈: 렛 데어 비 카니지》는 겉으로는 굉장히 단순한 영화처럼 보입니다.
괴물 둘이 싸웁니다.
도시가 부서집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큰 전투가 벌어집니다.
그런데 영화가 계속 이야기하는 건 “공생”입니다.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것.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서로를 견디는 것.
에디와 베놈은 끝없이 충돌합니다.
생활 방식도 다르고 원하는 것도 다릅니다.
하지만 결국 둘은 혼자일 때보다 함께일 때 더 완전해집니다.
생각해보면 사람 관계도 비슷합니다.
완벽하게 맞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은 서로를 이해하려고 애쓰다가 지치고, 또 어느 순간 다시 붙잡게 됩니다.
영화는 그 과정을 괴물의 형태로 과장해서 보여줍니다.
반면 카니지는 완전히 다른 방향입니다.
그는 자기 안의 분노를 통제하지 못합니다.
분노와 증오가 계속 증폭되다가 결국 모든 걸 파괴합니다.
그래서 영화는 묘하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 같습니다.
“인간은 자기 안의 어두움을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가.”
이 질문이 영화 전체를 계속 따라다닙니다.
특히 마지막 전투 장면은 단순한 액션이라기보다 두 존재 방식의 충돌처럼 느껴집니다. 서로를 견디는 존재와, 모든 걸 부수려는 존재.
생각보다 묵직합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 뒤에도 이상하게 그 감정이 남습니다.
정신없이 시끄러운 영화인데 계속 불안하다
앤디 서키스의 연출은 굉장히 빠릅니다.
영화는 거의 쉬지 않고 움직입니다.
컷 전환도 빠르고 액션도 정신없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영화 전체에는 계속 음산한 기운이 흐릅니다.
특히 카니지가 등장하는 순간부터 색감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붉은색이 화면을 지배하기 시작하고, 조명은 훨씬 어두워집니다.
그 분위기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베놈의 검은색과 카니지의 붉은색 대비는 단순한 디자인이 아니라 감정 충돌처럼 느껴집니다. 억눌린 충동과 폭주하는 광기의 차이 같기도 합니다.
사운드 역시 굉장히 공격적입니다.
심비오트가 움직일 때 들리는 끈적하고 찢어지는 소리들.
카니지가 폭주할 때의 금속성 효과음.
헤드폰으로 보면 꽤 거슬릴 정도인데, 그 불쾌함 자체가 영화 분위기와 잘 맞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톰 하디의 연기가 영화 전체를 끌고 갑니다.
혼자 대사 톤을 계속 바꾸며 에디와 베놈을 동시에 표현하는데, 보다 보면 정말 두 사람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특히 감정적으로 무너지는 장면에서는 액션보다 표정 연기가 더 기억에 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베놈이 에디에게 서운함을 터뜨리는 장면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습니다. 극장 안에서는 웃는 사람도 많았는데, 저는 오히려 조금 씁쓸했습니다.
괴물조차 이해받고 싶어 하는 이야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오래 남는 장면과 개인적 감상 - 결국 기억나는 건 외로움이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의외로 기억나는 장면은 화려한 액션이 아닙니다.
오히려 조용한 순간들입니다.
에디와 베놈이 서로에게 지쳐가는 장면.
클레터스가 자기 과거를 이야기하던 순간.
그리고 아무도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인물들의 표정.
그런 장면들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
특히 베놈이 에디와 떨어져 나온 뒤 혼자 파티에 가는 장면은 묘하게 웃기면서도 슬펐습니다. 사람들 사이에 섞이려고 애쓰는 모습이 이상하게 인간적이었습니다.
그 장면에서 극장 분위기도 조금 달라졌던 기억이 납니다.
웃음은 나왔는데, 동시에 약간의 정적도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이 영화 속 대부분의 인물들은 “소속되고 싶다”는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지고 싶고, 이해받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방법이 모두 잘못됐습니다.
그래서 영화 전체가 계속 불안합니다.
그리고 그 불안감이 단순한 공포보다 더 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사람도 외로움이 오래 쌓이면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변해가니까요.
《베놈: 렛 데어 비 카니지》는 완벽한 영화는 아닙니다.
스토리가 급하게 흘러가는 부분도 있고, 캐릭터 설명이 부족한 순간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계속 생각나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아마 그건 영화가 단순한 괴물 싸움보다 인간 감정의 균열을 계속 보여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조금 묘한 영화였습니다.
시끄럽고 정신없는데,
막상 끝나고 나면 이상하게 외로움이 남는 영화.
마무리
《베놈: 렛 데어 비 카니지》는 단순한 마블 액션 영화로 보기엔 꽤 독특한 작품입니다.
화려한 전투와 CGI 속에서도 영화는 계속 인간의 고립감과 관계를 이야기합니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들. 그리고 자기 안의 분노를 어디까지 통제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
그래서인지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카니지보다 에디와 베놈의 관계가 더 오래 기억납니다.
누군가와 공존한다는 건 생각보다 피곤하고 어렵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혼자인 것 역시 인간은 견디기 힘들어합니다.
어쩌면 이 영화가 말하고 싶었던 것도 그 모순 같은 감정이 아니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