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K드라마 리뷰 / / 2024. 4. 3. 03:08

《분노의 질주 :F9 》도미닉 토레토는 왜 끝까지 가족을 놓지 못했을까

F9의 포스터

F9 은 단순한 자동차 액션 영화가 아니다. 폭발과 추격전 속에서도 끝까지 가족과 관계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Justin Lin 감독의 거대한 액션 연출과 Vin Diesel, John Cena 의 감정 충돌이 만나면서, 이번 시리즈는 이전보다 훨씬 인간적인 이야기로 완성됐다.

 

영화를 보다 보면 가끔 그런 순간이 있다.
분명 엄청난 액션 장면을 보고 있는데, 이상하게 마음속에는 전혀 다른 감정이 남는 순간.

《분노의 질주9》가 딱 그런 영화였다.

처음에는 당연히 자동차 액션을 기대하게 된다.
거대한 추격전.
말도 안 되는 스턴트.
그리고 현실성을 완전히 무시한 폭발 장면들.

그런데 막상 끝까지 보고 나면 이상하게 기억에 오래 남는 건 자동차가 아니라 사람들이다.

특히 도미닉 토레토의 표정.
그리고 형제 사이에 남겨진 오래된 감정.

생각해보면 이 시리즈는 이미 오래전부터 단순한 레이싱 영화가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가족 이야기”가 되어갔다. 처음에는 조금 과장된 설정처럼 느껴졌던 “패밀리”라는 단어도 이제는 거의 시리즈 자체의 정체성처럼 굳어졌다.

그런데 《F9》은 그 감정을 이전보다 훨씬 더 직접적으로 꺼내 보여준다.

이번에는 적이 외부에 있는 누군가가 아니다.
도미닉 자신의 과거다.
그리고 가족 안에 남겨진 상처다.

보다 보면 묘하게 그런 생각이 든다.
사람은 결국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가장 깊게 상처받는다는 생각.

거리 레이싱에서 세계적인 액션 신화가 되기까지

The Fast and the Furious 가 처음 개봉했을 때만 해도 지금 같은 규모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당시 영화는 거리 레이싱 문화와 젊은 세대의 반항적인 분위기를 중심으로 움직였다. 밤거리의 네온사인, 튜닝카 엔진 소리, 경찰과 범죄자 사이의 긴장감. 굉장히 단순하고 직선적인 영화였다.

하지만 시리즈는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레이싱 영화였던 작품은 어느 순간 국제 범죄 액션물이 되었고, 이후에는 거의 슈퍼히어로 블록버스터 수준까지 커졌다. 특히 Justin Lin 감독이 참여하면서 시리즈의 방향은 완전히 달라졌다.

액션은 훨씬 커졌고, 캐릭터 관계는 더 진지해졌다.

《F9》은 그 변화의 정점처럼 느껴진다.

이번 작품은 단순히 빠른 자동차를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다. 전 세계를 이동하며 엄청난 스케일의 액션을 펼치지만, 그 중심에는 늘 가족이라는 감정이 자리 잡고 있다.

사실 생각해보면 이 시리즈가 여기까지 살아남은 이유도 바로 그것 같다.

액션 영화는 많다.
더 화려한 CG를 쓰는 영화도 많고, 더 현실적인 첩보 영화도 많다. 그런데 《분노의 질주》 시리즈만큼 관계를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블록버스터는 의외로 드물다.

도미닉은 계속 “가족”을 말한다.
처음에는 조금 유치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시리즈를 오래 보다 보면 그 반복이 어느 순간 묘한 진심처럼 느껴진다.

특히 《F9》에서는 그 감정이 훨씬 무겁다.
왜냐하면 이번 영화는 가족을 지키는 이야기가 아니라, 무너진 가족을 다시 마주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영화는 단순한 액션 이상의 감정을 만든다.

물론 현실성은 거의 사라졌다.
자동차가 절벽을 날아가고, 자석으로 도시 전체를 흔들고, 심지어 우주까지 간다.

극장에서 그 장면이 나왔을 때 웃는 사람도 꽤 있었다.
솔직히 나도 조금 웃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영화는 그 과장을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는 끝까지 간다”는 태도로 밀어붙인다.

그 뻔뻔함이 오히려 이 시리즈만의 매력이 되어버렸다.

가장 무서운 건 적이 아니라 과거였다

이번 작품의 핵심은 도미닉 토레토와 그의 동생 제이콥의 관계다.

John Cena 가 연기한 제이콥은 단순한 빌런처럼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오랫동안 버려진 사람처럼 보인다.

그리고 영화는 그 감정을 꽤 집요하게 따라간다.

도미닉은 늘 강한 인물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움직인다. 그런데 《F9》에서는 그런 그조차 흔들린다. 오래전 사건과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형제 사이의 오해가 다시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의외로 감정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여기 있다.

액션 자체는 여전히 과장되어 있다.
하지만 인물들의 감정은 생각보다 현실적이다.

가족 사이의 상처는 이상하게 오래 남는다.
남보다 더 가까웠기 때문에 더 깊게 아프다.

영화는 바로 그 감정을 끌어낸다.

특히 어린 시절 회상 장면들은 시리즈 분위기와 다르게 훨씬 조용하게 연출된다. 화려한 음악이나 폭발 대신, 표정과 침묵으로 감정을 밀어붙인다.

그 장면들을 보다 보면 도미닉과 제이콥이 왜 이렇게 멀어졌는지 조금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누가 옳은지보다, 왜 이렇게까지 상처받았는지가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생각해보면 현실에서도 그렇다.
가족 간 문제는 단순히 “누가 잘못했는가”로 끝나지 않는다. 오래된 감정이 쌓이고, 말하지 못한 기억들이 남는다.

《F9》은 그런 감정을 거대한 액션 속에 숨겨 놓는다.

그래서 영화가 끝날수록 액션보다 관계가 더 중요해진다.

특히 도미닉이 끝까지 가족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모습은 이 시리즈가 왜 계속 사람들에게 먹히는지 보여준다.

비현실적인 액션인데도 이상하게 감정은 진짜처럼 느껴진다.

왜 사람들은 여전히 도미닉 토레토를 좋아할까

Vin Diesel 이 연기하는 도미닉 토레토는 사실 굉장히 단순한 캐릭터다.

가족을 지킨다.
배신을 싫어한다.
끝까지 책임지려 한다.

그런데 시리즈가 오래될수록 사람들은 오히려 이런 단순함에 더 익숙함을 느끼게 된다.

아마 현실에서는 점점 보기 힘든 인간상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요즘 영화 속 주인공들은 대부분 냉소적이다. 자기 자신만 챙기고, 누군가를 끝까지 믿지 않는다. 그런데 도미닉은 계속 사람을 붙잡으려 한다.

물론 방식은 거칠다.
무모하고 위험하다.

하지만 적어도 자기 사람을 쉽게 버리지 않는다.

《F9》에서는 그런 모습이 더 인간적으로 보인다.

특히 아들과 함께 있는 장면에서는 이전보다 훨씬 부드러운 모습이 드러난다. 예전의 도미닉이 질주와 분노의 인물이었다면, 이번 작품의 그는 “잃고 싶지 않은 사람”처럼 느껴진다.

반대로 제이콥은 인정받고 싶어 하는 인물이다.

강하지만 외롭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이 영화는 그 감정을 단순한 선악 구조로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 다른 상처를 가진 형제로 보여준다.

그 점이 의외로 좋았다.

그리고 로만과 테즈의 유머 역시 시리즈 분위기를 살린다. 계속 농담을 던지는데, 자세히 보면 그 안에는 불안감도 섞여 있다.

특히 로만이 “우리는 왜 안 죽는 거냐”고 말하는 장면은 영화 전체를 요약하는 농담처럼 느껴졌다.

극장 안에서도 사람들이 크게 웃었다.
그런데 웃긴 동시에 다들 어느 정도는 진심이라고 느끼는 분위기였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스스로가 얼마나 과장된 영화인지 알고 있다.
그리고 그걸 숨기지 않는다.

그 태도가 이상하게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결국 사람은 관계 속에서 흔들린다

《F9》을 보다 보면 계속 과거 이야기가 반복된다.

현재 벌어지는 위기보다, 오래전 선택과 기억들이 더 중요하게 다뤄진다. 그리고 영화는 끊임없이 묻는다.

사람은 과거를 정말 잊을 수 있는가.

도미닉은 오랫동안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그 믿음이 흔들린다. 자신이 지키려 했던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상처였을 수도 있다는 걸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 지점이 생각보다 현실적이었다.

사람은 대부분 자기 입장에서 기억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자신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만 남는다.

하지만 상대는 전혀 다른 기억을 가지고 살아간다.

《F9》은 바로 그 감정 차이를 보여준다.

제이콥은 단순한 악당이 아니다.
그는 오랫동안 인정받지 못했다고 느끼는 사람이다. 그래서 더 공격적이고, 더 위험하다.

생각해보면 현실에서도 가장 위험한 감정은 외로움일 때가 많다. 누군가에게 버려졌다고 느끼는 순간, 사람은 극단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이 영화는 그런 감정을 액션 블록버스터 안에 넣어버린다.

그래서 마지막에 가까워질수록 중요한 건 승부가 아니다.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해진다.

그리고 그 감정이 마지막 식탁 장면에서 다시 이어진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늘 함께 밥을 먹는 장면으로 끝난다. 단순한 연출인데도 이상하게 그 장면이 계속 기억에 남는다.

결국 이 시리즈는 자동차보다 사람 이야기였던 것 같다.

과장됐지만 끝까지 진심인 영화

Brian Tyler 의 음악은 이번 작품에서도 굉장히 강렬하다. 액션 장면마다 엔진 소리처럼 밀어붙이는 비트가 계속 긴장감을 만든다.

특히 추격전 장면에서는 음악과 차량 움직임이 거의 하나처럼 느껴진다.

영상 스타일 역시 전형적인 《분노의 질주》 시리즈다.
빠른 편집.
강한 색감.
거대한 스케일.

그런데 《F9》은 의외로 감정 장면에서 천천히 호흡을 가져간다.

액션 장면은 정신없이 몰아치는데, 가족 이야기가 시작되면 갑자기 조용해진다. 카메라도 인물 얼굴을 오래 잡는다.

특히 도미닉의 침묵을 길게 보여주는 장면들이 꽤 많다.

그 침묵이 이상하게 오래 남는다.

사실 현실성만 따지면 이 영화는 설명하기 어렵다.
자동차가 물리 법칙을 무시하고 움직이고, 액션은 점점 만화처럼 커진다.

그런데 영화는 그걸 진지하게 포장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는 끝까지 간다”는 태도로 밀어붙인다.

그리고 그 뻔뻔함이 어느 순간 매력이 된다.

액션은 거대해졌지만, 감정은 오히려 더 단순하고 인간적이다.
가족. 후회. 용서.

결국 이 시리즈는 늘 그 이야기로 돌아온다.

결국 마지막에 남는 건 사람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나오면 처음에는 액션 장면들이 떠오른다.
절벽을 날아가는 자동차.
자석 액션.
거대한 폭발.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면 이상하게 다른 장면들이 남는다.

도미닉과 제이콥이 서로를 바라보던 순간.
말없이 감정을 삼키던 표정.
그리고 마지막 식탁 장면.

특히 마지막 장면은 늘 비슷한데도 이상하게 질리지 않는다.

누군가는 돌아오고, 누군가는 떠난다.
하지만 결국 다시 함께 앉는다.

그 단순한 구조가 이 시리즈를 계속 살아남게 만든 것 같다.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단순히 화려한 액션 때문에 이 영화를 보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결국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은 감정을 보기 위해 돌아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분노의 질주9》은 굉장히 시끄럽고 과장된 영화다.
그런데 묘하게 따뜻하다.

그리고 이상하게 그 진심이 느껴진다.

그래서 아직도 사람들이 이 시리즈를 기다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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