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K드라마 리뷰 / / 2024. 5. 4. 03:27

우리는 왜 과거를 바꾸고 싶어질까 — 《The Adam Project》

 

The Adam Project 포스터

 

The Adam Project는 라이언 레이놀즈 주연의 시간여행 SF 영화이자, 가족과 상실, 그리고 과거와의 화해를 따뜻하게 담아낸 감성 드라마다. 화려한 액션보다 더 오래 남는 감정과 가족 메시지, 결말이 전하는 의미까지 깊이 있게 리뷰해본다.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 상상을 합니다.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조금 더 다정하게 말했더라면.
조금 더 오래 곁에 있어줬더라면.
혹은 후회했던 선택 하나를 바꿀 수 있었다면 지금의 나는 달라졌을까 하고 말입니다.

The Adam Project는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되는 영화입니다.

겉으로 보면 화려한 SF 블록버스터처럼 보입니다. 시간여행, 미래 세계, 우주선 전투, 그리고 라이언 레이놀즈 특유의 유머까지. 처음에는 가볍고 빠르게 즐길 수 있는 넷플릭스 액션 영화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이상하게 남는 건 액션보다 감정입니다.

특히 가족과의 기억, 어린 시절의 상처, 그리고 지나간 시간을 붙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이 훨씬 오래 남습니다.

이 영화는 시간여행을 통해 “과거를 바꾸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조용히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날 즈음에는 깨닫게 됩니다.

우리가 정말 바꾸고 싶은 건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그 기억을 붙잡고 살아가는 현재의 마음이라는 걸 말입니다.

 

SF 영화처럼 시작되지만 결국 가족 이야기로 흘러간다

영화는 2050년 미래 세계에서 시작됩니다.

시간여행 기술은 이미 인간 사회를 뒤흔들 만큼 거대한 힘이 되었고, 전투 파일럿 아담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 잘못된 미래를 바로잡기 위해 과거로 향하게 됩니다.

하지만 사고로 인해 그는 계획했던 시점이 아닌 2022년에 도착하게 되고, 그곳에서 12살의 자기 자신과 마주하게 됩니다.

이 설정 자체가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성인이 된 자신이 어린 시절의 자신을 만난다는 건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결국 “과거의 나와 마주하는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어린 아담은 아버지를 잃은 상처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입니다. 세상과 거리 두는 법을 먼저 배웠고, 농담 뒤에 외로움을 숨기는 방법도 이미 익숙합니다.

반면 미래의 아담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유머와 냉소로 상황을 넘기지만, 사실은 상실과 후회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SF보다 훨씬 인간적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시간여행 기술이 어떻게 작동하는가보다, 사람은 왜 상처받고 변하는가를 더 오래 바라봅니다.

특히 영화가 좋았던 이유는 누군가를 절대적인 악인처럼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아버지 루이스 역시 가족을 사랑하지 않았던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책임과 연구 속에서 가족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지 못했던 사람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사랑하지 않아서 상처를 남긴 게 아니라, 사랑했지만 서툴렀던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두 명의 아담은 왜 서로를 닮았는데도 불편했을까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두 아담의 관계입니다.

성인이 된 아담과 어린 아담은 같은 사람이지만 분위기는 꽤 다르게 느껴집니다.

어린 아담은 예민하고 까칠합니다. 학교에서도 쉽게 어울리지 못하고, 아버지를 잃은 뒤 세상에 대한 불만과 외로움을 안고 살아갑니다.

반면 미래의 아담은 훨씬 능청스럽고 유머러스합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둘은 굉장히 닮아 있습니다.

둘 다 상처를 숨기기 위해 농담을 사용하고,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처음 만났을 때 오히려 더 충돌합니다.

미래의 아담은 어린 시절의 자신을 보며 불편함을 느끼고, 어린 아담 역시 미래의 자신을 쉽게 믿지 못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둘은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어린 아담은 미래의 자신 안에도 여전히 상처가 남아 있다는 걸 발견하고, 성인 아담은 자신이 얼마나 외롭고 불안한 아이였는지를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이 과정이 영화에서 가장 따뜻한 부분입니다.

단순히 “미래의 내가 과거를 구한다”는 구조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는 관계로 변해가기 때문입니다.

특히 둘이 함께 농담을 주고받는 장면들은 굉장히 유쾌한데, 이상하게 그 안에서 슬픔도 함께 느껴집니다.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이 결국 자기 자신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보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만약 지금의 내가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난다면 어떤 말을 해주게 될까 하고 말입니다.

 

아버지와의 장면이 유난히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

영화의 분위기는 루이스를 만나게 되면서 크게 달라집니다.

Mark Ruffalo가 연기한 루이스는 시간여행 기술을 만든 천재 과학자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가족에게는 충분한 시간을 주지 못했던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이 영화의 가장 큰 감정축이 됩니다.

특히 세 사람이 함께 대화하는 장면들은 SF 영화라기보다 가족 드라마에 훨씬 가깝게 느껴집니다.

거창한 감동 대사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서로 말하지 못했던 감정들이 어색하게 남아 있는 분위기가 더 현실적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오래 기억에 남았던 건 가족 식탁 장면이었습니다.

굉장히 평범한 장면인데 이상하게 마음이 먹먹해집니다.

이미 잃어버린 시간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루이스 역시 뒤늦게 깨닫습니다.

시간을 바꾸는 기술보다 지금 이 순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 중요했다는 걸 말입니다.

그리고 두 아담 역시 아버지의 진심을 조금씩 이해하게 됩니다.

영화는 여기서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를 합니다.

사람은 완벽해서 사랑받는 게 아니라, 부족하고 서툴러도 결국 서로를 이해하려 하기 때문에 관계가 이어진다는 걸 말입니다.

 

라이언 레이놀즈의 유머는 왜 이번엔 더 슬프게 느껴질까

Ryan Reynolds는 이번 영화에서도 특유의 빠른 말투와 유머를 보여줍니다.

덕분에 영화 분위기는 꽤 가볍고 경쾌하게 흘러갑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번 작품에서는 그 유머 뒤에 외로움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계속 웃고 농담하지만, 사실은 상실을 견디기 위해 일부러 가볍게 행동하는 사람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어린 아담과 함께 있는 장면들에서는 그런 감정이 더 잘 드러납니다.

자기 자신을 보고 있지만 동시에 가장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시절을 다시 보는 느낌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역 배우 Walker Scobell는 놀라울 정도로 라이언 레이놀즈의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따라갑니다.

말투, 표정, 유머 감각까지 정말 같은 인물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흉내만 잘 내는 게 아닙니다.

상처받은 아이의 복잡한 감정을 굉장히 섬세하게 표현합니다.

특히 혼자 불안해하는 장면이나 감정을 숨기려는 순간들은 생각보다 훨씬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두 배우의 호흡은 영화 전체를 굉장히 인간적으로 만들어줍니다.

 

결국 이 영화가 말하고 싶은 건 과거보다 현재의 마음이다

많은 시간여행 영화들은 과거를 바꾸는 데 집중합니다.

하지만 《The Adam Project》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이 영화는 완벽하게 과거를 수정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과거를 이해하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종종 과거의 상처를 지우고 싶어 합니다. 후회했던 순간을 없애고 싶어 하고, 잃어버린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상처는 사라지지 않아도, 그 기억을 바라보는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결국 누군가의 이해와 사랑에서 시작됩니다.

그래서 영화가 끝난 뒤 남는 감정은 의외로 따뜻합니다.

거대한 액션과 시간여행이 끝난 자리에는 결국 가족의 기억과 인간적인 위로만 남기 때문입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어도, 지금의 마음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를 이해하려는 순간 우리는 조금씩 과거와 화해하게 된다는 걸, 영화는 굉장히 조용하게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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