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K드라마 리뷰 / / 2024. 5. 2. 03:02

《이터널스》는 사실 외로움의 이야기

이터널스 포스터
이터널스(Eternals)

 

마블 영화 《이터널스(Eternals)》 리뷰. Chloe Zhao 감독이 그려낸 가장 철학적인 MCU 작품. 인간을 사랑하게 된 영원한 존재들의 외로움과 갈등, 세계관, 감정선, 연출, OST, 호불호 평가까지 깊이 있게 정리했습니다.

 

마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이터널스》를 처음 봤을 때 꽤 당황했을 수도 있습니다.

분명 MCU 영화인데 분위기가 이상하게 다릅니다.
유머도 적고, 액션의 속도감도 예상보다 느립니다.
대신 영화는 아주 오래된 신화처럼 조용히 움직입니다.

누군가는 이 영화를 지루하다고 말했고, 또 누군가는 MCU 안에서 가장 특별한 작품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는 몇몇 장면이 오래 남습니다.
거대한 전투 장면보다 사막 위에 서 있던 인물들의 표정, 수천 년을 살아온 존재들의 침묵, 인간을 바라보던 시선 같은 것들이 말입니다.

생각해보면 《이터널스》는 슈퍼히어로 영화라기보다 훨씬 더 외로운 영화에 가까웠습니다.

영원히 살아야 하는 존재들이 결국 인간에게 감정을 배우게 되는 이야기.
그리고 너무 오래 살아버렸기 때문에 오히려 인간보다 더 슬퍼진 존재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영화적 배경 — MCU가 가장 낯선 방향으로 확장되던 순간

《이터널스》는 Eternals 의 세계관 자체만 보면 MCU 안에서도 가장 거대한 축에 속하는 작품입니다.
인류 문명이 시작되기 전부터 존재해온 초월적 존재들, 셀레스티얼이라는 우주적 신들, 그리고 수천 년 동안 인간 역사 뒤편에 숨어 살아온 이터널스 멤버들까지.

설정만 보면 엄청난 블록버스터처럼 보이지만, 실제 영화의 분위기는 오히려 굉장히 차분합니다.

이 작품을 연출한 Chloé Zhao 감독의 영향도 굉장히 크게 느껴집니다.
그녀는 이전 작품에서도 인간의 외로움과 공간의 분위기를 굉장히 섬세하게 담아내던 감독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터널스》 역시 기존 MCU 영화들처럼 “계속 터지는 액션”보다는, 광활한 자연과 인간의 감정을 함께 보여주는 방식에 더 가까웠습니다.

실제로 영화를 보다 보면 풍경이 굉장히 많이 기억납니다.

사막 위로 내려앉는 석양, 끝없이 펼쳐진 바다, 오래된 유적 사이를 걷는 이터널스 멤버들.
기존 마블 영화들이 도시와 CG 중심이었다면, 《이터널스》는 이상할 정도로 자연광과 공간의 공기를 중요하게 사용합니다.

그래서 어떤 장면들은 마치 SF 영화가 아니라 오래된 신화를 보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특히 흥미로운 건, 이 영화가 인간의 역사를 굉장히 긴 시간 단위로 바라본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MCU 영화는 “현재의 위기”를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하지만 《이터널스》는 수천 년이라는 시간을 건너뛰며 인간 문명의 변화를 계속 지켜봅니다.

전쟁이 벌어지고, 제국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사랑하고, 죽고, 또 새로운 시대가 시작됩니다.

그 긴 시간을 반복해서 바라보다 보니 영화는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아주 짧게 살아가는 인간은 왜 이렇게까지 서로를 사랑하려 하는가.”

생각해보면 영화의 핵심은 거대한 우주보다 오히려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에 더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줄거리와 감정선 — 이 영화는 액션보다 감정이 먼저 남는다

영화의 시작은 꽤 전형적인 마블 영화처럼 보입니다.

수천 년 동안 인간을 지켜온 이터널스들이 다시 모이고, 거대한 위협에 맞서 싸워야 하는 상황이 펼쳐집니다.

하지만 영화는 의외로 “싸움” 자체에는 그렇게 큰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중요하게 다뤄지는 건 오랜 시간 속에서 변해버린 감정들입니다.

처음에는 모두 같은 목표를 가지고 움직였던 존재들이 시간이 흐르며 서로 완전히 다른 방향을 바라보게 됩니다.

누군가는 인간을 사랑하게 되었고,
누군가는 인간을 위험한 존재라고 생각하게 되었으며,
또 누군가는 자신들이 믿어왔던 사명 자체를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이터널스》의 갈등은 단순한 선과 악의 싸움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각자 믿고 있는 가치가 너무 다르기 때문에 충돌하는 사람들에 더 가깝습니다.

특히 Gemma Chan 이 연기한 세르시는 굉장히 조용한 캐릭터인데도 영화의 감정 중심을 끝까지 붙잡고 갑니다.

그녀는 인간을 가장 깊이 이해하려는 존재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인간을 보호하는 입장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인간 곁에서 사랑과 슬픔, 상실을 직접 경험하게 됩니다.

그래서 후반부로 갈수록 세르시는 점점 “명령”보다 자신의 감정을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됩니다.

반면 Richard Madden 이 연기한 이카리스는 완전히 다릅니다.

그는 끝까지 자신이 믿어온 질서와 사명을 지키려 합니다.

둘은 같은 시간을 살아왔지만 결국 완전히 다른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영화는 그 충돌을 단순한 배신처럼 그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너무 오랜 시간을 살아온 존재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외로워진 결과처럼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이터널스 멤버들이 다시 재회하는 장면들이었습니다.

분명 오래전에는 가족처럼 함께했던 존재들인데, 시간이 지나며 서로 너무 달라져버린 공기가 느껴집니다.

묘하게 현실 인간관계와 비슷합니다.

오래 알고 지냈다고 해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건 아니라는 것.
시간은 관계를 단단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반대로 아주 멀어지게 만들기도 합니다.

영화는 그런 감정을 굉장히 조용하게 보여줍니다.

그래서 액션보다 사람들의 표정이 더 오래 남습니다.

등장인물 해석 — 신 같은 존재들이 점점 인간이 되어간다

《이터널스》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는, 이들이 완벽한 신처럼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감정적으로는 굉장히 흔들리는 존재들입니다.

특히 Angelina Jolie 가 연기한 테나는 영화 안에서도 상당히 인상적인 인물입니다.

그녀는 압도적인 전투 능력을 가진 전사이지만, 긴 시간 속에서 기억이 무너져갑니다.

그리고 영화는 그 설정을 통해 굉장히 묘한 질문을 던집니다.

“영원히 살아가는 건 정말 축복인가.”

보통 인간은 오래 살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테나는 너무 긴 시간을 살아버렸기 때문에 오히려 기억과 감정이 무너져갑니다.

그 모습이 생각보다 꽤 슬프게 느껴졌습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건, 이터널스 멤버들이 인간을 바라보는 태도가 모두 다르다는 점입니다.

누군가는 인간의 폭력성과 욕심에 실망하고,
누군가는 인간의 짧은 삶 속 아름다움을 사랑하게 됩니다.

그래서 영화 속 갈등은 결국 “인간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가까워집니다.

생각해보면 현실도 비슷합니다.

누군가는 사람에게 상처받고 인간 자체를 믿지 않게 되고,
누군가는 그래도 끝까지 누군가를 사랑하려 합니다.

《이터널스》는 그 감정을 우주적 규모 안에서 보여주는 영화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래서 더 인간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재미있는 건, 영화 속 이터널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인간처럼 변한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감정 없이 임무만 수행하던 존재들이 점점 사랑하고, 후회하고, 상처받고, 망설이게 됩니다.

어쩌면 영화는 그 과정을 통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인간다워진다는 건 결국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일이다.”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 — 인간은 왜 이렇게까지 서로를 지키려 할까

《이터널스》는 계속해서 인간이라는 존재를 바라봅니다.

아주 짧은 시간을 살면서도 왜 인간은 서로를 사랑하려 하는지, 왜 계속 문명을 만들고 살아남으려 하는지 영화는 반복해서 질문합니다.

사실 인간은 굉장히 모순적인 존재입니다.

전쟁을 만들고 서로를 상처 입히면서도, 동시에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희생하기도 합니다.

영화 속 이터널스 역시 그 모습을 수천 년 동안 지켜봅니다.

그래서 시간이 흐를수록 인간에 대한 평가가 서로 달라집니다.

어떤 멤버는 인간에게 실망하고,
어떤 멤버는 인간을 더 사랑하게 됩니다.

흥미로운 건 영화가 어느 한쪽을 정답처럼 말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인간은 잔인하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그 두 모습을 모두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후반부로 갈수록 강조하는 건 결국 “선택”입니다.

정해진 질서를 따를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선택할 것인가.

이 질문은 생각보다 굉장히 인간적인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현실에서도 사람들은 늘 비슷한 갈등을 합니다.

안전한 방향으로 살아갈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진짜 믿는 감정을 따라갈 것인지.

그래서 《이터널스》는 거대한 우주 영화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굉장히 현실적인 감정을 담고 있습니다.

보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결국 인간은 완벽해서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너무 불완전해서 더 특별한 존재인지도 모른다고.

연출·음악·분위기 분석 — 가장 아름답고 가장 조용했던 MCU 영화

《이터널스》를 보고 가장 놀랐던 부분은 화면의 분위기였습니다.

분명 MCU 영화인데, 기존 작품들과 결이 너무 다릅니다.

카메라는 액션보다 공간과 침묵을 오래 바라봅니다.
특히 자연 풍경을 사용하는 방식이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노을이 번지는 사막, 파도 소리가 들리는 해변, 거대한 하늘 아래 멈춰 선 인물들.

그 장면들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영화의 감정 자체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화면이 굉장히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어딘가 쓸쓸합니다.

아마 영화 전체에 흐르는 “시간의 감각”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터널스는 인간보다 훨씬 오래 살아가는 존재들입니다.
그래서 영화 속 풍경들은 마치 시간이 끝없이 흘러가는 걸 보여주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음악 역시 굉장히 절제되어 있습니다.

보통 마블 영화는 웅장한 음악으로 감정을 끌어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터널스》는 오히려 감정을 조용히 눌러둡니다.

그래서 어떤 장면들은 더 묘하게 남습니다.

특히 후반부 갈등 장면에서는 거대한 액션보다 인물들의 침묵과 시선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극장에서 봤을 때도 이상하게 관객들이 굉장히 조용했습니다.

원래 MCU 영화는 중간중간 웃음이 자주 터지는데, 《이터널스》는 다들 화면을 오래 바라보는 분위기에 가까웠습니다.

그 공기가 아직도 기억납니다.

아마 그래서 이 영화가 호불호가 크게 갈렸던 것 같습니다.

전형적인 마블 스타일을 기대하면 낯설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MCU 안에서 이렇게 다른 분위기를 시도한 작품도 드뭅니다.

오래 남는 장면과 개인적인 감상 — 결국 기억나는 건 침묵이었다

《이터널스》를 다 보고 난 뒤 가장 오래 남았던 건 거대한 전투 장면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조용히 서 있던 순간들이 더 기억났습니다.

특히 석양 아래 이터널스 멤버들이 함께 서 있던 장면은 아직도 굉장히 선명합니다.

엄청난 대사가 있는 장면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공기 자체가 오래 남았습니다.

수천 년 동안 함께 살아온 존재들이라는 시간이 화면 안에 그대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묘했던 건, 이 영화가 인간을 굉장히 따뜻하게 바라본다는 점이었습니다.

인간은 짧게 살고, 실수도 많고, 계속 상처를 만듭니다.
그런데도 영화는 끝까지 인간이라는 존재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이터널스 역시 인간을 떠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인간은 굉장히 이상한 존재입니다.

언젠가 모두 사라질 걸 알면서도 사랑하고, 누군가를 지키려 하고, 계속 살아가려 합니다.

《이터널스》는 그 모습을 아주 긴 시간 속에서 바라보는 영화였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에게는 지루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화려한 액션보다 조금 더 조용한 감정과 여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는 생각보다 오래 남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영원히 살아가는 존재보다, 언젠가 끝이 있기 때문에 더 간절하게 살아가는 인간이 오히려 더 특별한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 네이버 블로그 공유
  • 네이버 밴드 공유
  • 페이스북 공유
  • 카카오스토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