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K드라마 리뷰 / / 2024. 4. 1. 15:10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성장과 상실 이야기

스파이더맨 3 포스터

Spider-Man: No Way Home은 단순한 멀티버스 액션 영화가 아니다. 톰 홀랜드가 연기한 피터 파커의 상실과 책임, 그리고 영웅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감정적으로 풀어낸 MCU 최고의 스파이더맨 영화다.

 

영화를 다 보고 극장을 나왔을 때 이상하게 마음이 조용해지는 순간이 있다. 분명 화려한 액션도 있었고, 웃긴 장면도 많았고, 팬들이 환호할 만한 장면도 넘쳤다. 그런데 이상하게 남는 건 폭발 장면이 아니라 피터 파커의 표정이었다.

특히 마지막 즈음의 그 눈빛.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자기 존재 자체를 지워야 했던 사람의 얼굴은 생각보다 훨씬 외로워 보였다.

사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멀티버스를 다루는 거대한 블록버스터처럼 보이지만, 안쪽으로 들어가 보면 굉장히 인간적인 영화다. 모두가 기억하는 영웅이 아니라, 아무도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게 된 한 청년의 이야기. 그래서 이 영화는 액션보다 감정이 오래 남는다.

보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도 든다.

사람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어디까지 포기할 수 있을까.

멀티버스보다 중요한 건 무너진 피터의 일상이었다

Spider-Man: No Way Home은 Spider-Man: Far From Home 직후의 혼란에서 시작된다. 미스테리오가 세상에 피터 파커의 정체를 공개하면서, 피터의 삶은 완전히 뒤집혀 버린다. 이전 시리즈에서의 피터는 아직 “친근한 동네 스파이더맨” 같은 느낌이 강했다. 실수도 많고, 사랑에도 서툴고, 영웅이라는 역할이 아직 몸에 완전히 익지 않은 소년 같았다.

그런데 이번 영화의 피터는 다르다.

처음부터 표정이 지쳐 있다.

학교에 가는 것조차 어려워지고, 친구들까지 피해를 받기 시작한다. 영웅이 된다는 건 단순히 박수를 받는 일이 아니라는 현실이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영화는 이 지점을 굉장히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SNS와 언론이 한 사람의 삶을 얼마나 빠르게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현대적으로 녹여낸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존 왓츠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단순히 MCU의 스케일만 키운 것이 아니다. 오히려 피터라는 캐릭터를 더 깊게 내려다본다. 이전 시리즈들이 하이틴 성장 영화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면, 《노 웨이 홈》은 그 성장의 대가를 보여주는 영화에 가깝다.

멀티버스 설정 역시 단순 팬서비스 이상의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토비 맥과이어와 앤드류 가필드의 등장을 열광적으로 기억하지만, 사실 이들의 존재는 피터에게 미래의 거울처럼 작용한다. “스파이더맨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결국 어떤 상처를 남기는지 보여주는 존재들이다.

특히 세 명의 스파이더맨이 함께 있는 장면들은 단순히 재미있는 이벤트처럼 소비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이 조용히 서로를 이해하는 분위기가 있다. 액션보다 그 침묵이 더 오래 남는다.

생각해보면 MCU 영화 중 이렇게 “외로움”이 크게 느껴지는 영화도 드물다.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인데, 동시에 점점 혼자가 되어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니까.

피터는 영웅이 되기 전에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영화의 시작은 비교적 단순하다. 피터는 닥터 스트레인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자신의 정체가 세상에 공개되기 전으로 되돌리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선택이 모든 혼란의 시작이 된다.

주문이 꼬이면서 멀티버스의 균열이 발생하고, 다른 세계의 악당들이 현재 세계로 넘어오기 시작한다. 닥터 옥토퍼스, 그린 고블린, 일렉트로 같은 익숙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순간 극장 안 분위기가 묘하게 달라진다. 실제로 그 장면에서는 관객들이 숨을 삼키는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영화는 단순히 “추억의 캐릭터 등장!” 같은 방식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존재를 통해 피터의 감정을 계속 흔든다.

특히 그린 고블린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Willem Dafoe가 보여주는 광기 어린 표정은 MCU 전체를 통틀어도 가장 무서운 빌런 중 하나처럼 느껴진다. 단순히 강해서 무서운 게 아니다. 인간의 선함과 악함 사이를 미친 듯이 오가는 그 분위기가 굉장히 불안하다.

그리고 영화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는 순간이 찾아온다.

메이 숙모의 죽음.

사실 이 장면 이후부터 영화는 완전히 다른 결로 흘러간다. 이전까지의 밝은 MCU 특유의 유머가 갑자기 사라진다. 피터는 처음으로 “진짜 상실”을 경험한다. 그리고 그 상실은 관객에게도 생각보다 크게 다가온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너무 익숙한 대사인데, 이상하게 이번 영화에서는 훨씬 무겁게 들린다.

왜냐하면 이번 피터는 그 말을 단순한 교훈으로 듣는 게 아니라, 실제 대가를 치르며 배우기 때문이다.

이후 등장하는 토비 맥과이어와 앤드류 가필드의 스파이더맨은 단순한 지원군이 아니다. 그들은 이미 상실을 겪고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세 사람이 나누는 대화에는 이상하게 슬픔이 섞여 있다.

특히 앤드류 가필드 스파이더맨이 MJ를 구해내는 장면은 많은 관객들에게 가장 감정적으로 남는 순간이었다. 그 표정 하나에 과거의 죄책감과 후회가 모두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그 장면에서 극장이 유난히 조용했다.

액션 영화인데, 모두가 감정을 먼저 보고 있었다.

스파이더맨들은 모두 다른 방식으로 상처받은 사람들

Tom Holland의 피터 파커는 이번 작품에서 처음으로 “아이 같은 얼굴”을 잃는다.

이전까지는 실수 많고 귀여운 분위기가 강했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계속 무너지고 흔들린다. 누군가를 살리고 싶지만 계속 실패하고, 사람들을 지키고 싶지만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위험해진다.

그래서 이번 피터는 유독 현실적이다.

특히 분노하는 장면들이 그렇다.

메이 숙모를 잃은 이후 피터는 거의 복수 직전까지 간다. 그리고 그 감정은 관객도 충분히 이해하게 된다. 누군가를 잃었을 때 인간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영화는 꽤 솔직하게 보여준다.

반면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은 놀랄 만큼 담담하다.

오랜 시간을 견디고 살아남은 사람처럼 보인다. 말투도 조용하고, 행동도 차분하다. 하지만 가끔 보이는 표정에서는 긴 시간 동안 혼자 버텨온 피로감 같은 게 느껴진다.

앤드류 가필드의 스파이더맨은 조금 다르다.

겉으로는 밝게 행동하지만, 어딘가 계속 무너질 듯한 느낌이 남아 있다. 특히 그웬 스테이시를 잃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래서 MJ를 구하는 순간의 감정이 훨씬 크게 다가온다.

생각해보면 세 명의 스파이더맨은 모두 다른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상처를 누구보다 서로가 잘 이해한다.

그게 이 영화가 단순한 팬서비스를 넘어선 이유다.

영웅은 결국 희생을 선택하는 사람

많은 슈퍼히어로 영화들은 “세상을 구한다”는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그런데 《노 웨이 홈》은 조금 다르다.

이 영화는 세상을 구하는 것보다, 한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더 중요하게 다룬다.

특히 마지막 선택이 그렇다.

피터는 결국 모두가 자신을 잊게 만드는 선택을 한다. 친구도, 사랑하는 사람도,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이 장면은 생각보다 훨씬 씁쓸하다.

보통 히어로 영화는 마지막에 박수칠 수 있는 결말을 준다.

그런데 이 영화는 다르다.

피터는 세상을 구했지만, 정작 자기 삶은 완전히 사라진다.

그게 너무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가끔 현실에서도 그렇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자기 감정을 뒤로 미루는 사람들이 있다. 아무 말 없이 손해를 감당하고, 혼자 견디는 사람들. 영화는 그런 희생을 스파이더맨이라는 캐릭터 안에 담아낸다.

그래서 마지막 카페 장면이 유독 슬프다.

MJ 앞에 앉아 있으면서도 끝내 말을 하지 못하는 피터의 모습.

그건 단순한 이별 장면이 아니다.

자신이 사랑했던 세계와 스스로 거리를 두는 순간에 가깝다.

이상하게 그 장면을 보고 나면 마음이 조금 멍해진다.

화려한 액션보다 침묵이 더 강했던 영화

존 왓츠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감정과 액션의 균형을 굉장히 잘 잡아낸다.

특히 액션 연출은 이전 MCU 영화보다 훨씬 거칠고 무겁다. 닥터 스트레인지와의 차원 전투 장면은 멀티버스 특유의 혼란을 시각적으로 잘 보여준다. 공간이 접히고 뒤틀리는 연출은 현실이 무너진다는 느낌을 제대로 전달한다.

하지만 진짜 인상적인 건 조용한 장면들이다.

메이 숙모가 죽은 이후 골목 장면.
옥상 위에서 세 스파이더맨이 대화하는 장면.
마지막 눈 내리는 뉴욕.

이런 장면들은 이상할 정도로 차분하다.

음악 역시 감정을 과하게 밀어붙이지 않는다. 오히려 여백처럼 흐른다. 그래서 더 슬프다.

특히 마지막 스윙 장면은 굉장히 인상적이다. 새로운 슈트를 입고 혼자 뉴욕을 날아다니는 피터의 모습은 멋있으면서도 동시에 너무 외롭다.

이제 그는 진짜 스파이더맨이 된 것 같았다.

누구의 도움도 없는.
아무도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혼자 살아가야 하는 영웅.

생각해보면 MCU 영화 중 이렇게 쓸쓸한 엔딩도 드물다.

 결국 기억나는 건 화려함이 아니라 피터의 표정이었다

영화를 다 보고 시간이 조금 지나면 액션 장면들은 흐릿해진다.

그런데 이상하게 몇몇 표정은 계속 남는다.

메이 숙모를 바라보던 피터의 얼굴.
MJ를 바라보다 끝내 돌아서는 마지막 순간.
그리고 세 명의 스파이더맨이 조용히 서로를 바라보던 장면.

특히 마지막 카페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묘하다.

피터는 얼마든지 자신을 다시 소개할 수 있었다. MJ와 네드에게 다시 다가갈 수도 있었다. 그런데 결국 그러지 못한다.

왜였을까.

아마 그 선택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는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 장면을 보고 있으면 문득 현실 생각도 난다.

살다 보면 어떤 관계는 사랑해서 놓아야 하는 순간도 있다.
말하고 싶지만 참아야 하는 순간도 있다.
혼자 감당해야 하는 선택도 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결국 그런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슈퍼히어로 영화인데,
생각보다 너무 인간적인 영화.

그리고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마무리

Spider-Man: No Way Home은 단순히 멀티버스를 활용한 화려한 MCU 이벤트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은 스파이더맨이라는 캐릭터가 왜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는지를 다시 보여준다.

피터 파커는 완벽한 영웅이 아니다.

늘 흔들리고,
계속 잃어버리고,
가끔은 무너진다.

그런데도 다시 일어난다.

어쩌면 사람들은 그래서 스파이더맨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너무 강해서가 아니라,
끝까지 버티는 사람이기 때문에.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도 이상하게 마지막 눈 내리던 뉴욕 장면이 계속 떠오른다.

그 장면 속 피터는 혼자였지만,
이상하게 이전보다 더 스파이더맨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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