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K드라마 리뷰 / / 2024. 3. 24. 03:03

《배트맨 대 슈퍼맨》 신이 된 인간과 인간이 된 영웅

배트맨 대 슈퍼맨 영화포스터

잭 스나이더 감독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단순한 히어로 대결 영화가 아니다. 인간이 신 같은 존재를 두려워하기 시작했을 때 벌어지는 불신과 상처, 그리고 죄책감을 그린 묵직한 슈퍼히어로 영화다. 헨리 카빌, 벤 애플렉, 갤 가돗이 보여준 DC 세계관의 시작과 한스 짐머의 압도적인 음악까지 함께 살펴본다.

 

영웅 영화인데 이상하게 마음이 무거워지는 작품들이 있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 딱 그렇다.

보통 슈퍼히어로 영화라고 하면 시원한 액션이나 통쾌한 승리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이 영화는 처음부터 분위기가 다르다. 도시가 무너지고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는 장면 속에서 영화는 영웅을 찬양하지 않는다. 오히려 묻는다.
“만약 인간 앞에 신 같은 존재가 나타난다면, 우리는 정말 그를 믿을 수 있을까?”

처음 극장에서 봤을 때도 묘하게 피곤했던 기억이 난다. 액션은 분명 엄청났는데, 보고 나오면 속이 후련하기보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누가 옳은지 쉽게 판단하기 어렵고, 영웅들조차 서로를 의심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화려한 블록버스터인데도 어딘가 차갑다.

특히 시간이 지나 다시 보면 더 흥미로운 작품이다. 개봉 당시에는 너무 어둡다는 평가도 많았지만, 지금 다시 보면 오히려 이 영화가 보여준 불안과 불신의 분위기가 현실과 꽤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영웅을 원하면서도 동시에 두려워한다. 누군가 압도적인 힘을 가지면 결국 의심하기 시작한다.

《배트맨 대 슈퍼맨》은 사실 히어로 영화라기보다, 인간의 공포와 상처를 이야기하는 작품에 더 가깝다.

DC가 만들고 싶었던 거대한 신화의 시작

Batman v Superman: Dawn of Justice는 2016년 개봉한 DC 확장 유니버스(DCEU)의 핵심 작품이다. 감독은 Zack Snyder. 이전 작품인 Man of Steel의 후속작이면서 동시에 이후 등장할 DC 세계관의 문을 여는 역할을 맡았다.

당시 워너브라더스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맞설 거대한 세계관을 구축하려 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DC의 상징인 배트맨과 슈퍼맨이 있었다. 사실 이 두 캐릭터는 단순히 인기 영웅 정도가 아니다. 미국 대중문화 역사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명은 인간의 한계를 상징하고, 다른 한 명은 신 같은 희망을 상징한다.

잭 스나이더는 이 둘의 충돌을 단순한 팬서비스로 소비하지 않았다. 그는 훨씬 더 무거운 방향으로 접근했다. 영화 전체를 보면 계속 종교적인 이미지와 철학적인 질문들이 등장한다. 슈퍼맨은 사람들 위에서 내려다보는 존재처럼 그려지고, 군중은 그를 숭배하거나 두려워한다. 거의 현대 사회 속 신의 이미지에 가깝다.

그래서 영화 분위기도 일반적인 히어로 영화와 꽤 다르다. 화면은 어둡고, 도시에는 먼지와 연기가 가득하다. 비가 자주 내리고, 인물들의 표정도 밝지 않다. 특히 고담시의 분위기는 거의 범죄 누아르 영화처럼 느껴질 정도다. 벤 애플렉이 연기한 배트맨 역시 이전보다 훨씬 지치고 분노에 찬 모습으로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건 이 영화가 영웅들을 “구원자”로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오히려 세상이 그들을 어떻게 소비하고 의심하는지를 보여준다. 뉴스 화면에서는 슈퍼맨을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사람들은 그를 희망이라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위험한 존재라고 이야기한다.

생각해보면 현실도 비슷하다. 누군가 압도적인 힘이나 영향력을 가지면 사람들은 존경과 불안을 동시에 느낀다. 이 영화는 바로 그 감정을 슈퍼히어로 세계관 안으로 끌어왔다.

그리고 그 중심에 배트맨이 있다.

싸움보다 더 무서운 건 불신이었다

영화는 《맨 오브 스틸》 마지막 전투를 브루스 웨인의 시점으로 다시 보여주며 시작된다. 메트로폴리스 빌딩들이 무너지고 사람들은 도망친다. 그런데 이 장면이 꽤 인상적이다. 보통 히어로 영화에서는 도시 파괴가 스펙터클로 소비되는데, 여기서는 재난처럼 느껴진다.

브루스 웨인은 먼지 속을 뛰어다니며 사람들을 구한다. 그 와중에 무너지는 건물 안에서 절망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때부터 브루스에게 슈퍼맨은 영웅이 아니라 “언젠가 세상을 무너뜨릴 존재”가 된다.

사실 배트맨과 슈퍼맨의 갈등은 힘의 충돌이라기보다 가치관의 충돌에 가깝다. 브루스는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힘을 믿지 못한다. 반면 클라크 켄트는 세상을 도우려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점점 혼란을 느낀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이유는 두 사람 모두 완전히 틀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브루스 웨인은 너무 많은 상실을 경험했다. 부모를 잃었고, 범죄와 폭력을 오랫동안 마주해왔다. 그래서 그는 언제나 최악을 대비한다. 반면 슈퍼맨은 사람들을 구하려 하지만, 세상은 그를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는 인간을 사랑하지만 인간 사회 안에 완전히 속하지 못한다.

보다 보면 두 사람 모두 굉장히 외로운 인물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 틈을 파고드는 인물이 바로 렉스 루터다.
Jesse Eisenberg가 연기한 렉스 루터는 기존 DC 영화들과 꽤 다른 분위기의 악당이다. 신경질적이고 불안정하다. 그런데 오히려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는 슈퍼맨이라는 존재 자체를 견딜 수 없어 한다. 인간 위에 존재하는 신 같은 존재를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영화 후반부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결 장면은 액션 자체보다 감정 흐름이 더 중요하다.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끝까지 충돌한다. 그리고 그 안에는 두려움과 분노, 죄책감이 뒤섞여 있다.

생각해보면 현실 인간관계도 비슷하다.
사람들은 종종 상대를 제대로 알기도 전에 두려움부터 만든다. 그리고 그 공포가 커질수록 대화보다 공격을 선택하게 된다.

이 영화는 그런 인간 심리를 거대한 슈퍼히어로 전투 안에 담아냈다.

영웅이 아니라 상처 입은 인간들

Ben Affleck의 배트맨은 지금까지 영화화된 배트맨 중 가장 지쳐 보이는 버전에 가깝다. 그는 이미 오랜 시간 범죄와 싸워왔다. 몸에는 상처가 남아 있고, 정신적으로도 많이 무너져 있다.

특히 꿈 장면들과 악몽 시퀀스를 보면 브루스 웨인의 불안이 얼마나 심한지 드러난다. 그는 미래를 두려워한다. 슈퍼맨이 통제 불가능한 존재가 될 가능성 자체를 견딜 수 없다.

벤 애플렉의 배트맨은 육체적으로 굉장히 강해 보이지만, 내면은 오히려 무너져가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액션 장면보다 가끔 멍하니 서 있는 표정이 더 오래 기억난다.

반면 Henry Cavill의 슈퍼맨은 굉장히 고독한 존재다. 사람들을 구하지만 누구와도 완전히 연결되지 못한다. 세상은 그를 영웅으로 떠받들다가도 금세 의심한다.

영화 속 슈퍼맨은 계속 질문받는다.
“당신은 누구인가?”
“당신은 인간 편인가?”
“당신은 신인가?”

이런 시선 속에서 그는 점점 침묵하게 된다. 사실 이 영화의 슈퍼맨은 가장 강한 존재인데도 동시에 가장 외로운 존재처럼 보인다.

그리고 짧게 등장하지만 Gal Gadot의 원더우먼은 분위기를 완전히 바꾼다. 처음 등장할 때 흐르던 음악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한다.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거의 유일하게 신화적인 에너지를 가진 인물처럼 느껴진다.

개인적으로는 배트맨과 슈퍼맨보다 원더우먼 등장 장면에서 극장 분위기가 가장 크게 바뀌었던 기억이 난다. 그 순간만큼은 사람들이 정말 “슈퍼히어로 영화”를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이 영화 속 인물들은 완벽한 영웅이 아니다.
불안하고, 상처 입었고, 서로를 오해한다.

그래서 오히려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인간은 왜 신을 두려워하는가

《배트맨 대 슈퍼맨》은 단순히 히어로들의 싸움을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다.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은 “힘에 대한 인간의 공포”다.

슈퍼맨은 절대적인 힘을 가진 존재다. 문제는 인간이 그런 존재를 완전히 믿지 못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도움받기를 원하면서도 동시에 통제하고 싶어 한다.

영화 속 뉴스 토론 장면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회는 끊임없이 슈퍼맨의 존재를 평가하고 재단한다. 영웅조차 미디어와 여론 속에서 소비된다.

이 부분은 지금 다시 보면 꽤 현실적이다.
현대 사회는 누군가를 빠르게 영웅으로 만들고, 또 빠르게 끌어내린다.

렉스 루터는 그 불신을 극단적으로 이용하는 인물이다. 그는 사람들의 공포를 자극한다. 그리고 결국 영웅들끼리 싸우게 만든다.

생각해보면 가장 무서운 건 둠스데이가 아닐 수도 있다.
오히려 서로를 믿지 못하는 인간 심리 자체가 더 위험하게 느껴진다.

영화는 후반부에 가서야 배트맨과 슈퍼맨이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그리고 그 과정 끝에 슈퍼맨은 희생을 선택한다.

이 장면은 단순한 영웅적 희생이라기보다, 인간에게 희망을 남기려는 선택처럼 보인다. 끝까지 사람들을 구하려 했던 존재가 결국 가장 인간적인 결정을 내린 셈이다.

그래서 영화 마지막은 묘하게 슬프다.
거대한 전투가 끝났는데도 통쾌함보다 허무함이 먼저 남는다.

연출·음악·분위기 분석 — 한스 짐머의 음악은 왜 아직도 압도적인가

이 영화를 이야기할 때 음악 이야기를 빼놓기 어렵다.
Hans Zimmer와 Junkie XL이 만든 사운드트랙은 영화 분위기를 거의 지배하는 수준이다.

배트맨 테마는 묵직한 타악기와 어두운 리듬이 반복된다. 듣고 있으면 브루스 웨인의 분노와 피로감이 그대로 느껴진다. 반면 슈퍼맨 음악은 더 웅장하고 비극적이다. 희망을 상징하는데도 어딘가 슬픔이 섞여 있다.

그리고 원더우먼 테마.
전기 기타가 터지는 순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그 장면은 지금 봐도 꽤 강렬하다.

잭 스나이더 특유의 슬로모션 연출도 영화 전체 분위기를 결정한다. 액션을 빠르게 소비하기보다 장면 자체를 오래 보여준다. 덕분에 화면은 굉장히 스타일리시하지만, 동시에 호흡이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다.

특히 배트맨 창고 액션 장면은 아직도 DC 영화 최고의 액션 중 하나로 자주 언급된다. 카메라 움직임과 타격감이 굉장히 거칠고 현실적이다. 이전 배트맨 영화들보다 훨씬 폭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사운드 디자인도 인상적이다.
슈퍼맨이 날아오를 때 공기가 찢기는 소리, 배트모빌 엔진음, 둠스데이의 포효 같은 효과음들이 굉장히 묵직하다. 극장에서 보면 몸으로 진동이 느껴질 정도다.

이 영화는 화면과 음악으로 감정을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대사가 많지 않은 장면에서도 분위기가 압도적으로 전달된다.

그래서 어떤 장면들은 스토리보다 “감각”으로 기억에 남는다.

오래 남는 장면과 개인적인 감상 — 이상하게 계속 생각나는 영화

이 영화를 다 보고 가장 오래 남았던 건 화려한 액션보다 먼지로 뒤덮인 도시 풍경이었다.

특히 브루스 웨인이 무너지는 메트로폴리스를 바라보는 장면.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고, 건물은 계속 붕괴된다. 그 순간 영화는 슈퍼히어로 영화가 아니라 재난 영화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배트맨이 슈퍼맨을 거의 죽이기 직전, “마사”라는 이름이 등장하는 장면. 개봉 당시엔 호불호가 굉장히 심했다. 그런데 다시 보면 그 장면 자체보다 중요한 건 브루스 웨인이 자기 모습을 깨닫는 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평생 괴물과 싸운다고 믿었는데, 어느 순간 자신 역시 괴물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상하게 그 장면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 더 이해됐다.

또 하나 기억나는 건 영화 전체를 감싸는 묘한 침묵이다.
이 작품은 생각보다 조용한 순간들이 많다. 인물들이 혼자 서 있거나 먼 곳을 바라보는 장면이 반복된다. 액션보다 그런 공기들이 더 오래 남는다.

아마 그래서 이 영화는 지금도 계속 재평가되는 것 같다. 완벽한 영화라고 보긴 어렵다. 분명 과하고 복잡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쉽게 잊히지도 않는다.

어떤 영화는 보고 나면 바로 잊힌다.
그런데 《배트맨 대 슈퍼맨》은 이상하게 자꾸 다시 떠오른다.

아마 그 안에 인간의 불안과 외로움이 너무 많이 담겨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마무리

Batman v Superman: Dawn of Justice는 여전히 호불호가 강한 영화다. 누군가는 지나치게 무겁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DC 세계관 최고의 분위기를 가진 작품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영화가 단순한 히어로 액션 영화로 남기를 원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작품은 영웅의 화려함보다 인간의 공포와 불신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신 같은 존재조차 결국 외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늘 강한 존재를 원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 힘을 두려워한다.

《배트맨 대 슈퍼맨》은 바로 그 모순된 감정을 거대한 스크린 위에 올려놓은 영화였다.
그리고 그래서인지, 시간이 지나도 묘하게 계속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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