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K드라마 리뷰 / / 2024. 4. 12. 03:01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왜 이렇게 이상하게 통쾌했을까

 

제임스 건 감독의 DC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리뷰. 마고 로비, 이드리스 엘바, 존 시나가 보여준 폭주하는 액션과 블랙코미디 속에서 인간의 외로움과 생존 본능을 깊이 있게 분석합니다. 단순한 히어로 영화가 아닌, 망가진 인간들의 이야기로 남는 작품입니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DC 확장 유니버스 영화들은 늘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렸고, 특히 《수어사이드 스쿼드》라는 이름은 이미 한 번 실망감을 남긴 시리즈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냥 가볍게 보기 좋은 액션 영화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시작부터 분위기가 이상합니다.
보통의 히어로 영화처럼 “세상을 구해야 한다”는 거대한 정의감보다,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인간들의 혼란이 먼저 느껴집니다.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정상적이지 않고, 서로 믿지도 못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엉망인 사람들이 함께 움직이기 시작할 때 묘한 에너지가 생깁니다.

보다 보면 이 영화는 단순히 화려한 액션을 보여주는 작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웃긴 장면이 나오는데도 잔인하고, 잔인한 장면 속에서도 갑자기 인간적인 감정이 튀어나옵니다. 그래서 관객은 계속 감정의 균형을 잃게 됩니다. 웃어야 할지, 긴장해야 할지, 아니면 불편해해야 할지 헷갈리는 순간들이 계속 이어집니다.

특히 제임스 건 감독 특유의 스타일이 굉장히 강하게 느껴집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보여줬던 음악 활용, 비주류 캐릭터에 대한 애정, 그리고 유치할 정도로 과장된 유머가 이번 작품에서는 훨씬 더 거칠고 자유롭게 폭발합니다. 마치 “어디까지 갈 수 있나”를 실험하는 영화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계속 보게 됩니다.
정신없이 폭주하는 영화인데도, 다 보고 나면 특정 장면들과 캐릭터들의 표정이 오래 남습니다. 아마 그 이유는 이 영화 속 인물들이 완벽한 영웅이 아니라, 실패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간처럼 느껴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DC가 가장 자유로워졌던 순간

The Suicide Squad은 DC 확장 유니버스 안에서도 굉장히 독특한 위치에 있는 작품입니다. 기존 DC 영화들이 대체로 어둡고 진지한 분위기를 유지하려 했다면, 이 영화는 오히려 그 틀을 일부러 부숴버리는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감독 James Gunn이 있습니다.

제임스 건은 원래 B급 감성과 블랙코미디를 굉장히 잘 다루는 감독입니다.
그의 영화들을 보다 보면 항상 “조금 미친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그는 그런 캐릭터들을 단순히 웃음거리로 소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회에서 밀려난 사람들, 인정받지 못한 존재들 안에서 인간적인 외로움과 상처를 끄집어냅니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영화 속 팀원들은 전형적인 영웅과 거리가 멉니다. 살인자,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인물, 사회 부적응자들로 가득합니다. 정부는 그들을 “소모품”처럼 사용하고, 실패하면 그냥 버리려 합니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캐릭터들이 너무 허무하게 죽어나가는 이유도 바로 그 세계관을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처음 이 장면을 봤을 때 극장 안 분위기가 묘하게 조용해졌던 기억이 납니다.
보통 히어로 영화라면 “이 캐릭터는 오래 살아남겠구나”라는 예상이 어느 정도 가능한데, 이 영화는 그런 안전장치를 완전히 없애버립니다. 그래서 관객은 계속 긴장하게 됩니다.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는 걸 너무 빨리 깨닫게 되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코르토 몰티즈라는 가상의 섬나라 역시 굉장히 중요합니다.
겉으로는 단순한 임무 지역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국 정부의 더러운 정치와 실험, 권력 구조가 숨겨진 공간입니다. 영화는 거대한 괴물과 폭발적인 액션을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국가 권력과 폭력의 문제를 은근히 비틀어 보여줍니다.

그래서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단순한 히어로 영화처럼 시작하지만, 보다 보면 굉장히 냉소적인 영화라는 걸 느끼게 됩니다.
세상을 구하는 영웅 이야기라기보다, 이용당하는 인간들의 생존극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 거친 분위기 안에서 제임스 건 특유의 유머가 계속 섞이면서 영화는 더 독특한 리듬을 만들어냅니다.

엉망인 사람들이 끝까지 버티는 이야기

영화의 기본 줄거리는 단순합니다.
정부는 위험한 범죄자들을 모아 특수부대를 만들고, 그들에게 거의 자살 수준의 임무를 맡깁니다. 목표는 코르토 몰티즈 섬에 숨겨진 비밀 프로젝트를 제거하는 것. 하지만 영화는 처음부터 “이 임무가 얼마나 위험한가”를 아주 잔인하게 보여줍니다.

특히 초반 상륙 장면은 정말 충격적입니다.
총알이 쏟아지고, 사람들이 허무할 정도로 쉽게 죽습니다. 그런데 영화는 그 장면조차 블랙코미디처럼 연출합니다. 너무 잔인한데도 어딘가 우스꽝스럽습니다. 그래서 관객은 묘한 감정에 빠지게 됩니다.

이 영화가 재밌는 이유는 단순히 액션 때문이 아닙니다.
캐릭터들이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태에서 조금씩 팀이 되어가는 과정이 굉장히 인간적으로 느껴집니다. 특히 Idris Elba가 연기한 블러드스포트는 냉소적이고 거친 인물이지만, 딸과의 관계에서는 계속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Margot Robbie의 할리 퀸은 여전히 예측 불가능합니다.
그녀는 폭력적이고 위험한 캐릭터인데도 이상하게 슬픈 분위기가 있습니다. 특히 혼자서 탈출하는 장면은 굉장히 화려하게 연출되지만, 자세히 보면 그녀 안의 광기와 외로움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보다 보면 이 영화는 계속 “망가진 인간들”을 보여줍니다.
누구 하나 완벽하지 않습니다. 다들 상처가 있고, 후회가 있고, 자기 방식대로 무너져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사람들이 함께 움직일 때 가장 인간적으로 보입니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는 단순한 임무보다 “우리는 왜 싸우는가”라는 질문에 가까워집니다.
정부는 그들을 버릴 준비가 되어 있지만, 팀원들은 결국 자기 선택으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영화는 단순한 폭력 오락물이 아니라, 실패한 인간들이 마지막으로 자기 존재를 증명하는 이야기처럼 변합니다.

누구도 영웅 같지 않아서 더 현실적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캐릭터들입니다.
사실 능력만 놓고 보면 다른 히어로 영화들보다 훨씬 황당한 설정들이 많습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캐릭터들이 살아 있습니다. 그 이유는 영화가 그들의 약함을 숨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블러드스포트는 강한 척하지만 사실 굉장히 지쳐 있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딸과의 관계에서도 계속 실패하고, 사람을 믿지 못합니다. 그런데 팀원들과 부딪히며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이 꽤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할리 퀸은 이번 영화에서 특히 더 자유롭게 움직입니다.
그녀는 혼란스럽고 충동적인 인물인데, 이상하게 누구보다 자기 감정에 솔직합니다. 그래서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묘한 생명력이 느껴집니다. 웃기다가도 갑자기 잔인해지고, 잔인한데도 어딘가 슬퍼 보입니다.

그리고 John Cena가 연기한 피스메이커는 영화에서 가장 불편한 캐릭터 중 하나입니다.
그는 “평화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폭력을 정당화하는 인물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보다 보면 웃긴 캐릭터인데도 점점 무서워집니다.

의외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킹 샤크 같은 캐릭터였습니다.
거대한 상어 인간인데도 너무 순수하게 표현됩니다.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인데 이상하게 외로워 보입니다. 그래서 팀원들과 어울리려고 하는 장면들이 묘하게 슬프게 느껴집니다.

생각해보면 이 영화 속 캐릭터들은 모두 사회에서 버려진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함께 있는 장면들은 시끄럽고 웃긴데도 어딘가 처량합니다. 아마 그 감정이 이 영화를 단순한 히어로 영화 이상으로 보이게 만드는 이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장 위험한 건 인간의 권력욕이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겉으로는 굉장히 가볍고 정신없는 영화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안쪽에는 꽤 냉소적인 시선이 숨어 있습니다. 영화는 계속해서 “누가 진짜 괴물인가”를 묻습니다.

거대한 외계 괴물 스타로가 등장하지만, 사실 더 위험한 건 인간들입니다.
정부는 실험을 숨기기 위해 사람들을 희생시키고, 권력자들은 책임을 피하려 합니다. 그리고 범죄자 취급받던 인물들이 오히려 마지막 순간에 인간적인 선택을 하게 됩니다.

이 구조가 꽤 흥미롭습니다.
보통 히어로 영화에서는 선과 악이 명확하게 나뉘는데, 이 영화는 그 경계를 계속 흐립니다. 정부도 정의롭지 않고, 범죄자들도 완전히 악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보다 보면 이상한 감정이 듭니다.
누구를 응원해야 하는지 헷갈리는데, 결국 가장 망가진 사람들에게 마음이 갑니다. 아마 그들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영화는 또 “이용당하는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보여줍니다.
팀원들은 국가를 위해 싸우지만, 사실 언제든 버려질 수 있는 존재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순간 자신만의 선택을 한다는 점이 이 영화의 핵심처럼 느껴집니다.

그 장면들이 유독 오래 남았습니다.
거대한 정의보다, 망가진 사람들이 마지막까지 자기 방식대로 버티는 모습 말입니다.

혼란스럽도록 자유로운 영화

이 영화는 연출 자체가 굉장히 독특합니다.
장면 전환 방식부터 음악 사용, 폭력 표현까지 전부 과장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 과함이 오히려 영화의 개성과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특히 제임스 건 감독은 음악을 정말 영리하게 사용합니다.
신나는 음악이 흐르는데 화면에서는 끔찍한 장면이 펼쳐집니다. 그 충돌이 영화 특유의 블랙코미디 분위기를 만듭니다.

액션 연출 역시 굉장히 자유롭습니다.
카메라 움직임이 거칠고 빠르며, 피가 튀는 장면도 숨기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영화 전체 분위기는 이상하게 가볍습니다. 그래서 관객은 계속 감정적으로 흔들리게 됩니다.

색감도 인상적입니다.
DC 영화 특유의 어두운 톤보다는 훨씬 강렬하고 원색적인 느낌이 많습니다. 네온 컬러와 화려한 조명이 반복되면서 영화 전체가 만화 같은 에너지를 유지합니다.

그런데 그 화려함 안에서 갑자기 조용한 순간들이 등장합니다.
특히 캐릭터들이 잠깐 멈춰 서서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들. 그 짧은 침묵이 이상하게 오래 남습니다.

아마 그래서 이 영화는 단순한 액션 영화보다 훨씬 독특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시끄럽고 정신없는데, 가끔은 예상보다 인간적입니다. 그리고 그 온도 차가 영화의 가장 큰 매력처럼 보입니다.

이상하게 슬픈 히어로 영화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가장 오래 남았던 건 거대한 액션 장면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팀원들이 잠깐 평범하게 웃고 떠드는 순간들이 기억났습니다.

특히 비 오는 거리에서 잠깐 쉬어가는 장면이 이상하게 좋았습니다.
범죄자들이 모여 시끄럽게 농담을 하는데, 그 순간만큼은 그냥 평범한 사람들처럼 보였습니다. 영화 전체가 워낙 폭주하다 보니 그런 짧은 인간적인 순간들이 더 크게 남았습니다.

그리고 할리 퀸의 표정도 기억납니다.
웃고 있는데도 어딘가 공허해 보이던 순간들. 그녀는 계속 자유로운 척하지만, 자세히 보면 굉장히 외로운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보다 보면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이상한 영화입니다.
유치한데 잔인하고, 웃긴데 슬프고, 혼란스러운데 계속 빠져듭니다.

어쩌면 이 영화가 사랑받는 이유는 완벽하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캐릭터들도 엉망이고, 세계도 엉망입니다. 그런데 그런 불완전함 속에서 이상하게 인간적인 감정이 튀어나옵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 뒤에도 그 감정이 조금 남아 있습니다.
결국 사람은 완벽한 영웅보다, 망가지면서도 끝까지 버티는 사람들에게 더 끌리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마무리

The Suicide Squad는 단순히 화려한 DC 액션 영화로 보기엔 꽤 독특한 작품입니다.
과장된 폭력과 블랙코미디, 정신없는 전개 속에서도 인간의 외로움과 생존 본능이 계속 드러납니다.

물론 호불호는 강할 수 있습니다.
잔인한 장면도 많고, 유머 역시 굉장히 취향을 탑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영화는 자기 색깔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그 자유로운 에너지가 마지막까지 영화를 끌고 갑니다.

생각해보면 이 영화는 영웅 이야기라기보다, 실패한 인간들이 서로 부딪히며 끝까지 살아남으려는 이야기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상하게도, 그래서 더 기억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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